그해봄,나는중이되고싶었다 - 김수미
한번쯤,,
중이되어 보고 싶고, 수녀가 되어 보고 싶고 한적이 있을것이다.
중이나, 수녀에 대한 환상일수도 있고, 힘든 시기에 현실에 도피하고픈
신분이기도 할 것이라 생각을 살수도 있기 때문에,
중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난, 중이 될 사람들은 타고 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책을 읽는 동안,
내 입안에 혀가 꼬여있었더라면,
이책으로 혀가 시원하게 풀려 내가 모르는 딴 나랏말도
술술 나올만큼 풀리는 느낌으로 이책을 읽었다.
그동안 겹겹히 쌓였던, 내 얕은 지식이 소화가 안되어 체한거라면,
김수미가 나에게 등을 한대 툭 치면서,
이년아~ 폼잡지 말고 생긴대로 살어~ 하는것만 같다.ㅎㅎㅎ
이책은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실에 가는 동안 읽었는데
걱정스럽고, 진지해야할 내가 읽는 내내 엄청 웃기도 했다.
김수미 만의 끼와 한이,,
글에서 솔직히 그대로 뭍어 나오니 진지하면서도
그녀 만의 쌈빡한 글에 웃지 않을수가 없다..
나두 촌년이여서 그런건지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부모님 글에 대해 읽을땐 웃음도 나왔다, 감동도 일었다 하고,
내 엄마, 아빠가 보고 싶기도 했다.
간만에 책한권이 꽉찬 느낌이여서 시간 가는지 모르게 읽었다.
지루하다 생각이 들때,
한번 쯤 다른 책으로 읽어보고 싶다거나
편하게 책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책을 읽어봐도 좋을거란 생각이 든다.
스님은 다시 설명했다. 영혼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려고 붙은건데,
그 후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단지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특히 한이 맺히면 복수심 때문에 당사자나 그의 자식 혹은 그의 친척에게
붙기도하고 붙을 가족이 없으면 떠돌아 다니다가 어느 집이나 땅에 숨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곳이 흉가가 돼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건물이 무너진다고 했다.
-58
나처럼 그 고통 속에서 지내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빙의의 전도사가 되고싶다.
구기동에 있는 자비정사의 전화번호는 02-395-2104이다.
-65
같이 사는 남자 때문에 가슴속에 천둥이 치고 폭풍이 인다면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마음을 다져보자. '이 웬수야! 내가 전생에 업이 많아 너를 만났구나.'
-83
인생사라는 계획을 세우고 숱한 밤을 지새우며 노력하면 더러는 계획대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 '사랑'이라는 것은 교통사고와 같아서 눈빛이 부딪치는 순간부터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피할 수가 없다.
-84
강 하나 사이에 두고 강둑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손잡아도 늦지 않은데,
어찌나들 성급한지 그만 강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해버리고 만다.
어느 스님의 말처럼,사랑은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솟아오르는 것이다.
사랑은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고, 영혼의 불이 댕겨지는 것이며,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해방을 모르는 무기수와 같다.
-95
그래,나 촌년이다. 실컷 놀려먹어라. 나는 내 길을 간다. 후에 느꼈지만 그 때 아버지는
열네살의 나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던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해주신 거였다.
그 후, 애들이 아무리 놀려도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짝궁이 잉크병을 가리키며 니네 시골에선 이걸 뭐라고 부르냐기에,
삥 둘러 앉은 아이들에게 " 니미뽕!" 이라고 했더니
잡것들이 좋아서 죽을려고 했다.
-140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 었을까.
해가 물 속으로 빠져버리는게 신기 했던 내가 아부지에게.
"아부지, 물 속으로 빠진 해가 워째서 다음날이면 다시 뜬대유?" 라고 물었더니 아부지는
"으응, 하루 죙일 너무 뜨거웅께 밤이믄 물 속으루 들어가 좀 식히고 나오는겨,
대신에 달 더러 좀 봐달라고 허고, 인자 아침이 되면 목간허고 식혀서 나올껴."하셨었는데..
-144
봄이면 엄미는 콩밭열무를 솎아 한 다라이 이고 유가꼬 시장에 앉아 찬송가 부를 때처럼
소프라노로, "열무 사유우! 콩밭열무유우! 똥 안 줬어유우!" 하시며 외쳤는데
그때 내 기억으론 아부지가 분명히 똥을 줬떤 것 같다.
-157
내 나이 열일곱 살에 엄니는 위장병으로 돌아가셨다.
발등 찍고 싶을 만큼 후회되는건, 엄니가 위장약 살 돈이 없어 하얀 소다 가루를 한 움큼씩
털어 넣으실때, 종로 네거리에 가서 아직 때 안 탄 아다라시 싱싱한 몸뚱어리라도 팔 것을,
약 한 번 못 사드리고 보내드렸다.
딱 한 번만, 염병할 놈의 지지배, 저 썩을 놈의 지지배 소리 들어 봤으면....
-158
집은 무조건 큰 집을 선호하면서 주부들은 변변한 자기 공간 하나 마련하지 못한다.
안방에서 남편과 평생을 지내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알지만 가끔씩은 혼자 휴식을 취하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165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건운 짐을 짊어지고 오르다가도
산중턱에 이르면 하나하나 짐을 버려야 한다. 그 짐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 해도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버려야만 하는것이다.
-166
남대문 수입상가에 가는데 저 앞에서 낯익은 여자가 양손에 이불 보따리만한 꾸러미를
하나씩 들고서는 다가오고 있었다. 툭 치면 팍 쓰러질 것처럼 힘에 겨운 모습이었다.
혜자 언니였다.
양손에 든 꾸러미는 언니가 20년 동안 후원하고 있는 고아원에 보낼 아이들 옷이었다.
"짐꾼 불러. 천원만 주면 주차장까지 갖다 줘, 이 등신아." 이러고는,
언니를 태운 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는데, 행여라도 언니가 먼저 죽으면
내 다리의 힘이 빠져 영원히 앉은뱅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19
지혜로운 자는 세상을 타고 가고, 지혜롭지 못한 자는 세상에 끌려간다고 했다.
-229
제발 남편들이여! 지금은 부인 자랑이 팔불출인 시대가 아니니
누군가가 당신 부인 이쁘다고 칭찬해주면 젊었을 때는 더 예뻤다고 맞장구쳐주시라.
양변기 있는 서양식 주택에 살면서 어찌하여 가슴은 조선시대 영감님의 가슴 그대로인가.
감사하다고는 못할망정, 퇴물 다 됐시다 하는 남편들! 앞으로는 그러지들 좀 마슈.
-237
성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