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이 노랫말과 너무도 어울리는 한 사람. '남편의 사랑'으로 일어서고 '입양'으로 꿈에 그리던 엄마로 다시 태어난 여인. 백혈병을 이겨내고 지원이-규원이 엄마로 당차게 살아가는 진길순 씨에게서 행복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다.
# 붕어빵 남매, 붕어빵 가족
"정말 꿈만 같아! 우리 사이에 자식이 둘이나 누워있다는게! 잠든 두 아이를 보면 남편과 요즘도 믿기지 않아 이런 말을 나눈답니다. 요즘 남편은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 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그 뒷모습을 보노라면 저는 덩달아 행복하죠!"
서울 강동구 고덕동, 마치 온 동네가 숲 같은 주택가에서 진길순 씨를 만났다. 길고 긴 사연과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하기엔 너무 평온(?)해 보이는 진 씨와 첫 대와의 시작은 역시나 붕어빵 남매 지원이(4), 규원이(2) 이야기였다.
"쟤네들 웃을 때 우리가 보이기나 할까? 라며 주위에서 장난스럽게 놀려대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웃음이 어떤 약보다 효과 백배예요." 2010 입양가족 사진 공모전에서 '하회탈 사진'을 보는 순간 절로 웃음이 나와 '동감'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똑 닮은 두 남매를 엄마 진길순 씨는 '입양'으로 만났다.
# 가족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아닌 사랑
학교 커플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동갑내기 부부 강정훈(40, 진길순(40) 씨는 결혼 전부터 둘은 낳고 둘은 입양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어, 말이 씨가 됐네요! 아 진짜 말은 잘해야 된다니깐!" 쾌활하게 웃으며 지난 이야기를 씩씩하게 풀어 놓았다. 1997년 결혼 6개월, 27살 동갑 부부에게 '벼락'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냥 병원을 찾은 진길순 씨에게 내려진 병명은 급성백혈병! 3개월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았다. 너무도 건강했었기에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병원 입원, 항암치료……. 믿을 수 없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기에 진길순 씨는 남편에게 '이혼'을 제의했다. 자신 때문에 힘들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진길순 씨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맞았다(?). 아이처럼 남편 무릎에 엎어져 엉덩이를 맞은 것이다. 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못됐다고……. 그런 남편의 사랑이 씨앗이 되어 골수이식과 항암치료를 이겨내고 2002년 기적처럼 완치됐다.
"건강해지니 자식 욕심이 나더라고요. 너무도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엄마가 될 수 없기에 포기하고 꿈도 꾸지 않았어요." 항암치료로 자궁에 문제가 생겨 자녀를 낳을 수 없었던 부부는 입양 하자고 약속했던 옛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부모가 되는 것은 신중한 일이고 아이에게 더 자신감 넘치는 부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로부터 5년을 더 준비하며 부지런히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했다.
드디어 2007년, 꼬박 10년 후, '완치판정'을 받고서야 입양신청서를 제출했다. "입양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나도 엄마가 될 수 있구나' 결혼 전부터 궁금했던 부모 마음, 아파서 가질 수 없었던 그 마음, 나에게도 부모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구나. 그래서 하늘이 나를 살려 주셨나보다, 생각했어요!"
입양은 가족뿐만 아니라 가족이 될 아동에게도 아주 중요한 순간인 만큼 홀트아동복지회에서도 신중한 심사기간을 가졌고 심사결과 입양부모로서 부족함 없는 '사랑과 신뢰'를 갖췄기에 입양이 승인되었다.
입양 당일, 지원이를 안고 차에 타는 순간 진짜 출산해서 퇴원하는 느낌을 받을 만큼 설레고 벅찬 감동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태어난 지 25일 만에 부부 품에 온 지원이가 커가면서 '가족'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부부는 너무 많이 깨달았단다.
'사랑'으로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고, 부부와 하나도 닮은 데가 없다고 생각했던 지원이가 이제는 생선을 좋아하는 아빠의 식성과 손톱을 뜯는 습관까지 담아가고, 오빠의 웃음을 똑 닮은 딸 규원(2009년 입양)이를 보며 엄마 진길순 씨는 우리 가족이 만난 건 '운명'이라고, '입양'은 나에게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엄마~ 엄마! 하고 지원이가 부를 때마다 내가 살아 있구나 느껴요. 나를 조건 없이 따르고 믿는 자식이 있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죠. 나를 '대단한 엄마'로 만들어 주는 건 '아이들'인 것 같아요!" 아빠가 퇴근하면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는 아이들, 훗날 입양 사실을 아프지 않게 알려주기 위해 엄마에게 동화를 쓰게 만든 아이들, 백혈병을 앓았다는 사실도 잊게 하고 감기 하나 걸리지 않을 만큼 건강한 육체를 만든 동기를 부여해준 아이들. 아이들이 있기에 강정훈 아빠, 진길순 엄마는 오늘도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글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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