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자

삼국지7 - 황석영

오르나비 2006. 11. 6. 10:28
   

"상처를 좀 보여주십시오."

관운장은 웃옷을 벗고 팔을 내밀어 화타에게 상처를 내보였다.

화타가 살피고 나서 말한다.

"화살촉에 묻어 있던 독약 오두(줄기.잎.뿌리에 독이있는 약용식물)가 그대로 뼛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이 팔은 못쓰게 될것입니다.

관운장이 묻는다. "어떻게 치료하면 되겠소?"

"제게 치료법이 있긴 한데, 군후께서 두려워하실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관운장이 웃으며 말한다.  "내가 죽는것을 집으로 돌아가듯 여기는 터에 무엇을 두려워하겠소?"

화타가 말한다.

 " 먼저 조용한 곳에 기둥을 하나 세워 큰 고리를 박은 다음 군후의 팔뚝을 고리 속에

끼워 굵은 밧줄로 단단히 매놓고 얼굴을 가려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뾰족한 칼로 살을 째고 뼈를

드러내 뺏속에 스며든 독을 긁어내고, 약을 바르고 바늘과 실로 살을 꿰매야만 비로소 무사할 것이옵니다. 일이 이러하니 군후께서 두려워하실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관웅장이 또다시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쉬운 일에 기둥이니 고리가 무슨 필요가 있겠소?"

운장은 술상을 들여오게 하여 화타를 대접했다.

술을 몇잔 마시더니 마령과 다시 바둑을 두면서 팔을 뻗어 화타에게 맡겼다.

화타가 뾰족한 칼을 손에 주고, 군졸 한 사람에게 큰 항아리를 팔 밑에 대고

흘러 내리는 피를 받도록 하고는 다시 말한다.

"이제 제가 손을 쓸 터이니 군후는 놀라지 마십시오." 

관운장은 바둑을 두면서 말한다.

"그대에게 맡겼으니 마음대로 치료하시오. 내 어찌 세간의 속인들이 아파하고 두려워하는 것처럼

하겠소."

화타가 드디어 칼을 잡고 관운장의 살을 쨌다. 보니 이미 뼈까지 푸르게 독이 퍼져 있었다.

화타가 칼로 뼈를 긁어내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뼈를 긁은 소리에 장막 안에 있던 사람들은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겁에 질려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관운장은 계속 술을 마시면서 웃고 이야기 나누며 마량과 바둑을 두었다.

그 얼굴에 전혀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사이에 흘러내린 피가 항아리에 그득했다.

마침내 화타는 뼛속의 독을 다 긁어내고 그 위에 약을 바르더니 실로 꿰맸다.

관운장이 크게 웃고 일어나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 이 팔을 움직이기가 전과 같고 통증도 사라졌소이다. 선생은 참으로 신의 올시다."

화타가 말한다.

"제가 일생 의원노릇을 했지만 아직까지 이런 일은 겪은 적이 없습니다. 군후께서는 참으로 천신이십니다."

- 7부 - 50

 

 

 "내 너와 정으로 말하면 형제지간이나 의리로 따진다면 군신간인데, 너는 어찌하여 사소한 재주만 믿고 제멋대로 구느냐? 선군께서 살아 계실때 너는 항상 남들 앞에 문장을 자랑해왔는데, 나는 혹여 그것이

네가 지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써준 것이 아닌가 의심해왔다. 이제 명하니, 너는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한 수 지어 읊어 보아라. 네가 능히 해낸다면 죽음을 면하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면 무거운 죄로 다스려 추호도 용서치 않을것이다!"

조식이 말한다.   "바라건대, 시제 (詩題)를 주십시오."

이때 정전에는  두 마리 소가 토담 밑에서 싸우다가 한 마리가 우물에 빠져죽는 모습을 그린 수묵화가

한점 걸려 있었다. 조비는 그 그림을 가리켰다.

"저 그림을 시제로 삼쇠, 두 마리 소가 담 아래서 싸운다든가 한 마리가 우물에 빠져죽었다든가 하는 문구가 들어가서는 안된다."

드디어 조식은 일곱 걸음을 떼면서 시를 읊기 시작했다.

두 고깃덩이가 나란히 길을 가는데

머리 위에는 요자 모양이라

흙더미 아래서 서로 만나니

갑자기 부딪쳐 싸움 일어나네

두 놈이 모두 강할 수는 없어

한 고깃덩이는 토굴에 자빠지네

힘이 부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성한 기운을 다 솓지 못함이로다

 

조비를 비롯한 모든 신하들이 놀랐다. 조비는 다시 트집을 잡는다.

"네가 일곱 걸음에 시를 지었으나 그리 빠른 것 같지 않다. 그러니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 한 수를 지을 수 있겠느냐?"

조식은 거침 없이 대답한다.

"어서 시제를 주시지요."

조비가 말한다.

"나와 너는 형제간이니 이를 제목으로 하되, 형제라는 글자가 들어가서는 안된다."

조식은 생각해 볼 것도 없는 듯 즉시 시 한 수를 읊는다.

콩을 삶는데 콩깍지로 불을 때니

콩은 가마솥 속에서 우는구나

원래는 한뿌리에서 생겨났건만

어찌 이다지도 심히 볶아대는다.

 

조비는 이를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이때 어머니  변씨가 내전에서 나오며 말한다.

"형으로서 어찌 이렇듯 동생을 심하게 핍박하느냐!"

조비가 황망히 일어나 자리에서 내려서며 말한다.

"그러나 국법을 폐할 수는 없습니다."

마침내 조비는 조식의 벼슬을 깎아 안향후에 봉했다. 조식은 하직하고 떠나갔다.

-7-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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